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를 매각하기 위해 별도 협상단을 꾸린다. SK가 두산에 지분 70.6%를 2조 3000억 원에 팔기로 한 이후의 후속 작업이다. 최 회장이 SK와 분리된 독자 노선으로 협상단을 꾸리는 것은 법인이 총수 개인 자산의 매각을 거들었다는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잔여 지분 매각을 전담할 협상단을 구성하기 위해 국내 대형 로펌 등 자문사들을 물밑 접촉 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보유 중인 실트론 지분 29.4%다. SK와 두산의 거래에서 인정 받은 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최 회장 측 지분 가치에 대입하면 약 96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문사는 가격 협상과 계약 문안 작성, TRS 정산 등 고난도 협상 실무를 전방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지분 매수인이 요구할 진술 및 보장이나 세무 이슈도 풀어가야 해 높은 수준의 역량과 상당 규모의 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융, 회계 자문사보다는 전방위적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할 로펌이 가장 먼저 낙점된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최 회장 측 개인 지분 협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SK는 본계약 체결 당시 최 회장 개인 지분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초에 SK 보유 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패키지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두산이 잔여지분 협상을 별도로 이어가겠다고 공시하면서 최 회장 측 협상 상대는 두산으로 좁혀졌다.
SK와 최 회장이 각자 협상 노선을 택한 배경에는 법인이 총수 개인 자산의 현금화를 지원하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SK가 협상에 함께 참여할 경우 자칫 사익편취나 배임 시비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장 지주사인 SK 주주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수년을 끌었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소송이 남긴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는 SK가 과거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도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결국 최 회장과 SK에 동일행위 반복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16억 원을 부과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SK와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적 리스크는 털어냈지만 앞선 소송 경험이 분리 협상의 기조를 강화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협상의 핵심은 잔여 지분의 가치 책정이다. 개인 지분에 더 높은 값을 매기면 논란을 자초할 수 있고 낮은 값을 제시하면 최 회장 측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단가를 소수지분에 그대로 얹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결과는 또 하나의 변수로 거론된다. 실트론 실적 추이를 주시하며 양측이 입장차를 얼마나 좁히냐가 관건이다. 잔여 지분 협상 시점은 본거래 진행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단순 금액을 떠나 국내 톱티어 그룹 총수의 지분 거래라는 상징성 때문에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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