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때 목적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근로자대표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토종 자본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로자의 알권리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해외 PEF나 일반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내 PEF에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일반·기관 전용 PEF가 다른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투자를 할 경우 경영권 참여 목적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해당 회사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보 시점은 경영권 인수 후 2주 이내다.
해당 법안은 PEF가 단기적인 이익 실현에 치중할 경우 투자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고 근로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향후 사업 운영과 고용에 관한 정보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이 PEF로 한정된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같은 기업을 해외 PEF나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할 때는 동일한 통보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국내 PEF만 잠재적인 고용 위협 주체로 보는 선별적 규제라는 하소연이다. M&A 추진 과정에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들은 기업의 재무 상황과 경영 전략, 시장 환경 등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인수 주체의 형태에 따라 의무를 부여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
근로자 측이 통보 조항을 근거로 거래 종결 전부터 사업 계획이나 고용 유지 방안, 근로 조건 등을 협의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법안상 통보 시점은 인수 이후지만 실제 M&A 과정에서는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상 요구로 이어져 거래 일정이 지연되거나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업 재편이나 인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할 경우 고용 관련 논의가 거래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인수 이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거래일수록 고용 관련 협상 부담이 커져 국내 PEF가 투자를 포기하거나 거래 조건을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근로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별개로 협상 과정이 길어지면 국내 PEF의 기업 인수나 구조조정 거래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내 PEF에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적용 대상과 통보 범위, 예외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해 PEF에 대한 규제가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비되고 국내 PEF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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