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앤디(210980)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1367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투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조달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투입되는데 사실상 대주주가 회사 빚을 대신 갚아주는 구조다. 중앙그룹·제이알글로벌리츠에서 불거진 크레딧 이슈의 여진이 악재로 작용한 형국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4468만 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비율은 240%로 기존 발행주식의 두 배를 웃돈다. 예정 발행가는 3060원으로 이날 종가(3880원)보다 약 21% 낮다. 확정 발행가는 10월 6일 정해진다.
14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대금 중 한앤코 청약분은 약 1076억 원으로 전체의 78.7% 수준이다. 나머지 291억 원은 소액주주 몫이며 실권주는 미발행되는 구조다.
한앤코는 지난해 SK디스커버리로부터 잔여 지분을 주당 1만 2750원에 사들이며 SK디앤디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번 신주 발행가는 당시의 4분의 1 수준으로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다만 대량의 저가 신주를 확보하는 만큼 한앤코의 평균 취득단가는 상당 부분 낮아지게 된다.
이번 조달자금의 용도는 620억 원 규모 사모사채 상환과 군포 트리아츠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중도금 대위변제 747억 원이다. 사모사채는 10월 30일 만기가 돌아온다. 대위변제는 준공 후 잔금대출이 축소되고 계약포기가 이어지면서 연대보증 이행 의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SK디앤디가 증권신고서에 적시한 유상증자 배경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전단채 상환 실패와 JTBC 유동화차입 상환 불이행에서 촉발된 신용경색이 담겼다. 중앙그룹 계열사 회생 사태로 BBB급 이하 회사채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차환길이 막혔다. 대주주 증자가 없었다면 채무를 갚지 못하는 국면까지 갈 수 있었다.
청약 결과에 따라 한앤코 지분율은 높아질 수 있다. 이날 SK디앤디 주가가 하한가로 마감하는 등 낙폭이 커지면서 실권주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액주주가 1주도 청약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한앤코 지분율이 최대 약 93%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한앤코가 증권신고서에 “당분간 추가 공개매수 등을 통한 상장폐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담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유상증자 목적이 자진 상장폐지가 아닌 재무구조 안정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앤코의 투자 부담은 커졌다. 한앤코는 SK디앤디 인수에 약 2800억 원을 투입한 뒤 SK이터닉스 지분 매각으로 약 2500억 원을 회수, 순투자금을 300억 원 수준까지 낮췄다. 그러나 SK디스커버리 잔여 지분 인수(742억 원)와 이번 증자(1076억 원)로 순투자금은 2000억 원 수준으로 다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터닉스 지분 매각으로 회수한 투자금 상당액이 재투입되는 수순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자금 수혈은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책임경영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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