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은 반도체 등 핵심기술 해외 유출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관련 처벌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5%가 핵심기술 해외유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핵심기술 해외유출 적발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이후 국가 경제 피해 추산액이 23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피해 사례도 광범위하다.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기술(개발비 1조 6000억 원)이 2016년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유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창신메모리는 2023년 양산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5%를 확보했다. 이 기술의 해외유출로 인한 우리 경제 피해액은 수십조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스택 제조기술도 2018년 중국 자동차업체로 유출됐으며 경제적 가치 2000억 원 이상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기술은 2021년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로 넘어갔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국가핵심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 영업비밀이 각각 중국 경쟁업체와 국내외 자문업체를 통해 무단반출·누설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처벌 수준은 미흡하다는 게 국민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응답자의 90.7%가 처벌 수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현행 유지는 5.3%, 완화는 3.2%에 그쳤다. 2016년 삼성전자 D램 공정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해 올 4월 피고인에게 역대 최고 형량인 징역 6년 4개월과 벌금 2억 원이 선고됐지만, 미국이 항공기 엔진 기술 유출에 징역 20년, 대만이 반도체 공정 기술 유출에 징역 10년을 선고한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미국·중국과 같이 경제안보 차원의 법체계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91.4%)도 많았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으로 타국을 이롭게 하는 기술유출을 ‘경제간첩’으로 규정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처벌하고 있다. 중국 역시 ‘반간첩법’을 통해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술‧정보의 해외유출도 ‘간첩 행위’로 규정 중이다. 반면 우리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 보호·육성을 목적으로 한 법에 처벌 규정을 함께 둔 구조다.
징역형과 별개로 범죄 이익보다 벌금·재산몰수액이 훨씬 큰 징벌적 경제적 불이익 부과에도 90.6%가 찬성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몰수와 추징의 대상을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출된 기술의 가치 산정 기준이 모호해 몰수·추징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가장 우려되는 피해는 ‘추격 국가와의 기술격차 축소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가 53.0%로 가장 많았다.
하상우 경총 이사는 “첨단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는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제 도입과 같은 경제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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