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려아연의 회계 처리 위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가 회사 차원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당국은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 전자 폐기물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하며 발생한 대규모 손상차손을 장기간 회계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인수 첫해 약 1600억 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해 적정가치를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기업을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할 때 기업 가치를 두 배 가까이 부풀려 고가 매입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회사 차원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0일 의결을 통해 고려아연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고려아연이 2022년 재무제표에서 이그니오홀딩스 영업권 3234억 원 중 1636억 원 상당의 회수 불가능한 손실(손상차손)을 인식했어야 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과 11월 약 3749억 원에 이그니오홀딩스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수개월 만에 매입 가격의 절반을 웃도는 자산가치 훼손이 발생했다는 당국 판단이 나온 것이다.
고려아연 인수 당시 이그니오홀딩스는 적자 상태였다. 순자산도 515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인수대금 대부분은 영업권 양수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증선위가 인수 첫해 결산 시점부터 영업권의 절반 이상이 손상된 상태였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영풍·MBK 측이 제기하는 고가 의혹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이그니오홀딩스 손상차손은 2022~2024년 지속 불어나 19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증선위는 과징금과 담당 임원 해임(면직) 권고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증선위 조치와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매입 의혹 관련 조사 착수를 요청했다. 현재 영풍·MBK 측 사내이사를 비롯해 다른 이사회 구성원도 내부 감사와 진상 조사 요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한 당해연도에 대규모 영업권 손상이 일어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증선위 지적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두 배 가까운 가격에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수 첫해 결산 시점부터 발생한 거액의 부실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수년간 누락해 온 경위 등에 대해 명백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다수 규제 당국이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투명한 내부 감사와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통해 배임이나 횡령 등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브 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