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전기전자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뿐 아니라 삼성전기·한미반도체·LG이노텍 등 주요 부품·장비주까지 ETF 자금 유입과 유출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일부 종목은 개별 기업 이슈보다 ETF 편입 비중 변화와 리밸런싱 일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지난달 12일까지만 해도 한미반도체 구성 비중이 12%였으며 삼성전기는 편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 리밸런싱에 나서 삼성전기를 27.36% 편입했고 한미반도체 비중은 8.35%로 낮췄다.
리밸런싱을 통해 해당 ETF 내 삼성전기의 비중은 SK하이닉스(25.34%), 삼성전자(23.79%)보다 높아졌다. 당시 삼성전기 주가는 12일 6.44%, 13일 7.41% 상승해 이틀간 14% 이상 올랐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12일 5.63% 하락한 뒤 다음 날 6.09% 반등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밸류체인 종목들의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달 9일 18.39% 상승했으나 10일 8.38% 하락하는 등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LG이노텍은 지난달 29일(28.57%), 이달 1일(4.94%) 2거래일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다 2일 18.17% 빠지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한미반도체 역시 8일 10.42% 하락한 뒤 9일에는 9.07% 오르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ETF 편입 규모는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종목별 편입 비중 상위 10개 ETF를 기준으로 추산한 편입 금액은 전날 납입자산구성내역(PDF) 기준 삼성전기 3조 6044억 원, 한미반도체 2조 1140억 원, LG이노텍 7976억 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이 커질수록 특정 종목의 수급이 ETF에 더욱 종속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TF는 지수를 추종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 들어오면 편입 비중만큼 해당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수하고, 자금이 빠져나가면 반대로 매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개별 종목의 실적이나 업황 변화가 없더라도 ETF 자금 흐름만으로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기처럼 주가가 급등하면서 ETF 내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종목들이 늘고 있다. 현행 규정상 테마형 ETF는 특정 종목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리밸런싱을 통해 비중을 낮춰야 한다.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종목은 ETF가 정기적으로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TF가 비중 조정을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 단기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ETF에 쏠려 있던 한 종목을 편출하고 다른 종목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개별 종목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개별 기업 뉴스뿐 아니라 ETF 설정액과 리밸런싱 일정 등도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7394.46(-4.35%)까지 밀렸으나 낙폭을 회복해 전 거래일 대비 33.13포인트(0.43%) 오른 7763.95에 거래를 마감했다.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매수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된 코스닥은 45.30포인트(4.76%) 오른 996.93에 거래를 마쳐 ‘천스닥’ 눈앞까지 왔다. 주성엔지니어링(23.37%)과 원익IPS(20.82%)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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