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한국 내 리더십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기존 핵심 인력 이탈에 따른 키맨 리스크 관리 및 의사 결정 객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부 투자 성과 부진과 펀딩 난항을 인적 쇄신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한국 사무소의 새로운 수장으로 배민규 한앤컴퍼니 전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정우 대표가 퇴사한 뒤 김동욱 부사장이 조직을 이끌어왔으나, 배 전 부사장의 합류와 함께 김동욱·배민규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해 전열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털은 국내 대형 딜 경험이 풍부한 배 전 부사장 영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더 활발한 투자를 시도하겠다는 포석이다.
CVC캐피털은 연초 내부 승진을 통해 조은철·김철환 한국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이규철 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내부 출신으로 채우면서 조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섹터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만큼, 공동대표제를 통해 산업별 전문 대응력을 높이고 본사와의 조율을 강화해 대형 딜 소싱 능력을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역시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을 마무리했다. 어피니티는 그간 이상훈 전 한국 대표에 이어 정익수·민병철 전 대표 등 기존 리더십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하며 한국 내 조직 분위기가 다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롯데렌탈 기업결합 부결 등으로 입은 타격을 다잡기 위해 젊은 피인 김의철·김형준 공동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완전히 쇄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와 락앤락, 서브원 등 주요 포트폴리오의 밸류업과 엑시트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재편, 출자기관(LP)들에게 달라진 운용 역량을 증명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밖에 국내외 대형 PEF들의 한국 리더십 쇄신 작업은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최근 1~2년 간 국내 딜이 없었던 칼라일은 최근 정익수 전 어피니티 대표를 신임 한국 대표(Head of Korea)로 선임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한국 총괄대표(Chairman of Korea)를 맡게 된 김종윤 대표와 한국 사무소를 이끌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파트너 중심의 공동대표 확산 현상을 성과 부진에 따른 시도이자 시스템 경영으로의 이행이라고 본다. 과거 독단적 투자 결정이나 사후 관리 실패가 LP들의 불만으로 이어지자 리더십 다변화를 통해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기보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파트너들이 상호 보완하는 체제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는 파트너 체제로 조직이 운영되지만 한국은 업계 특성과 대외 업무 편의상 대표 타이틀을 사용하는 측면도 있다”며 “점차 글로벌 조직 체계를 본떠 리더십을 구성하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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