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005940)이 올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1개 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약 20%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이다. 2년 전 취임 후 ‘열린 귀, 무거운 입, 빠른 발’을 강조해온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가 추진한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 노력이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367억 원, 순이익은 4757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0.3%, 128.5% 급증하며 단일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컨센서스를 각각 19.1%, 20.7% 뛰어넘는 수치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344억 원, 394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개선이 단순히 증시 호황에 따른 일회성 호재가 아닌 NH투자증권의 구조적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표가 2024년 취임 후 제시한 ‘4·3·2·1 전략’이 대표적이다. 수익 포트폴리오를 자산관리(WM) 4, 기업금융(IB) 3, 운용 2, 홀세일 및 기타 1의 비율로 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의 구체적인 수수료 수익을 살펴보면 이 같은 수익 창출 구조 변화가 잘 드러난다. 1분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직전 분기 대비 57.4% 늘어난 3495억 원을 기록했고 금융상품판매 수수료수익은 491억 원으로 87.7% 급증했다. 자산관리 수수료, 집합투자증권 취급 수수료, 신탁보수 모두 전분기 대비 큰 폭 증가했다. 이는 모든 증권사들이 향유할 수 있는 우호적 시장 상황에 더해 윤 대표 체제에서 고객 기반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으로도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분기 1만 4000명이었던 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은 올 1분기 2만 4000명으로 1년 동안 71.4% 늘었다. 자산 1억 원 이상 고객의 경우 2019년 말 약 9만 명에서 지난해 말 31만 명으로 246% 증가했다. 자산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도 직전 분기 대비 51% 늘어난 6323명으로 집계됐다. 고액 자산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선호하기에 이들 고객이 늘어날수록 증권사는 안정적인 자금 공급 기반을 갖출 수 있다.
IB 부문의 경우 ‘빅딜’ 부재로 국내 증권사 모두 수익성 악화에 부딪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1위를 고수하며 선방했다. NH투자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 시장 점유율 30.9%, 여신전문금융채권 주관 점유율 32%, 기업공개(IPO) 주관 점유율 37.4% 등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의 성장 속도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발판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IMA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 사업자로 지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윤 대표가 지난해 7월 농협금융지주로부터 6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이끌어내고 최고경영자(CEO)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인가 준비에 나선 끝에 NH투자증권도 지난달 IMA 사업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일주일 만에 완판된 모집액 4000억 원 규모의 1호 IMA 상품은 법인 자금 비중이 55%에 달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전체 판매금액의 약 60%는 타 금융기관에서 유입된 신규 자산이기도 했다. IB에서만 30년 넘는 경력을 쌓은 윤 대표가 전사적인 역량을 IMA에 집중시키면서 신사업의 초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등 견조한 성장 전망에 힘을 싣고 있으나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 제안으로 단독대표 유지 혹은 각자·공동대표 도입을 논의하기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대표 체제를 택할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표는 지난달 임기 만료 후에도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탄력적인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시 호황 속 IB 경쟁이 치열해 CEO에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점”이라며 “CEO 선임이 계속 미뤄진다면 조직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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