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자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글로벌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릴 채비를 하고 있다. 네이버가 10억 달러 안팎의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수출입은행·하나은행도 해외 투자자와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전쟁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틈을 타 조달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모건스탠리·HSBC·크레디아그리콜·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증권사 4곳과 외화 채권 발행을 위한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조달 규모는 10억 달러 안팎으로 달러와 유로를 섞어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 구조는 달러화 5년물, 유로화 3년물 또는 7년물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이번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채무 상환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만 60조 원에 육박하지만 올해 3월 말 만기가 돌아온 8억 달러를 현금 상환했기에 유출된 자금을 선제적으로 보충하는 목적으로 보인다. 최근 스페인 기업 왈라팝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인수 대금으로 일부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기관과 은행들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LH는 BNP파리바를 단독 주관사로 낙점하고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 발행에 착수했다. 수출입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유로화 선순위 채권, 유로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조달을 추진 중이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며, 안정성이 높아 일반적인 유동화 채권 대비 조달 금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외화 조달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목적과 관계가 깊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LG에너지솔루션(373220)·한국광해광업공단·한국산업은행·현대캐피탈아메리카·신한은행 등은 올해 3월 종전 기대감이 짧게나마 부각되던 시점을 노려 외화채 발행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다만 기업들이 희망하는 수준의 금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꼽힌다. 해외 투자자들이 여전히 전쟁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2월까지 국내 회사들이 찍은 외화채 발행 금리는 유통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던 반면 전쟁을 기점으로 발행이 성사되려면 유통금리를 웃도는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공감대가 안착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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