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민간에 위임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 권익을 높여 ‘코리아 프리미엄’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또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금 수익률 제고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 차관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의결권을 민간에 위임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이달 위탁 운용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출자 방식을 일임에서 펀드 형태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 민간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그 배경에 대해 이 차관은 연금 사회주의 비판을 피함과 동시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매년 3월 700여 개사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한 달간 수천 개의 의안을 분석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는 줄곧 지적돼왔다. 이 차관은 “주주활동은 수익률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1대 주주인 경우가 많고 대량 보고 의무가 생겨 제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주주활동이 더 활성화되고 ‘연금 사회주의’ 비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위탁 운용사가 국민연금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회의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자산운용사들과 논의도 거치고 그간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운용사를 선별하겠다”며 “위탁 운용사한테 가이드라인을 주고 주주활동 여부를 엄밀하게 점검하면 민간의 주주활동 활성화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이 차관은 “일본 증시의 강세에는 10년 넘게 이어진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과정에서 위탁 운용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실제 일본 공적연금(GPIF)은 의결권을 전부 민간에 위임한다. 이 차관은 “일본의 경우 위탁 운용사에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같은 재무 지표부터 지배구조, 이사회 구성, 주주 환원까지 세세한 지침을 주고 이를 적극 관리한다”면서 “그 결과 증시의 밸류업에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투자 비중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기금위는 올해 1월 국내 주식 비중을 14.4%에서 14.9%로 상향하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3%포인트)는 상반기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 차관은 “기금의 수익률을 위한 결정”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허용 범위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한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2023년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 초 15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차관은 “단기에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긴 투자 시계를 갖고 자산배분안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 기관 의뢰를 통해 시장의 기대, 거시경제 변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겠지만 장기 투자라는 변치 않는 원칙을 갖고 자산배분안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자산배분이란 개별 투자를 보기보다는 시장의 흐름, 국가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인구구조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CIO)에 경제학자(이코노미스트)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CIO는 큰 판을 보고 세부 사안들은 각 투자실장들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운용역들의 처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대체투자 부문을 비롯해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금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처우 개선을 적극 검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올해 같은 경우 외화 조달이 더욱 어려워 필요하다”고 했다.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에서 조달하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브 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