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이사회 내 위원회 중심으로 정비하며 거버넌스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EO 후보 발굴부터 평가·육성까지 아우르는 장기 관리 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개정 상법의 근간인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선제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KT&G·풀무원·에이피알 등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 내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CEO 선임 과정을 명문화하는 등 거버넌스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G는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사외 사장 후보를 서치펌 등 외부 기관을 통해 물색하는 방식을 도입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 방경만 KT&G 사장은 2024년 선임 과정에서 처음으로 사외 사장 후보와 경쟁해 선임된 바 있다. KT&G는 사외이사 후보도 이사회와 외부 기관을 통해 물색하는 절차도 운영 중이다.
풀무원 역시 CEO 승계 체계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정비했다. 풀무원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총괄CEO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절차’와 ‘총괄CEO 역할·역량 정의’를 의결하며 차기 CEO의 자질과 평가 기준을 사전에 명문화한 바 있다. 또 CEO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Pool)과 육성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며 CEO 승계 과정을 제도화했다.
에이피알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승계계획 및 승계후보자 현황 보고’를 의결, 차기 CEO 후보군 관리 체계를 정비했다. 기업공개(IPO) 이후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승계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도 지난해 말 이사회 내 ‘공정거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위원회 중심 경영 체계를 확대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CEO 선임 과정을 체계화하는 것은 객관성을 확보해 이른바 깜깜이 인사 논란을 해소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주들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삼으면서 CEO 선임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내부 정비를 넘어 기업의 실질 가치를 증명하는 요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의 투명한 최고경영진 선임 절차는 주주들의 신뢰 확보는 물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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