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 발행이 까다로워지자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자금 환승’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379조 2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조 6000억 원 늘었다. 1월 증가 폭(5조 7000억 원)보다 4조 원가량 확대된 것이자 지난해 4월(14조 40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반면 채권 발행 등 직접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은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29조 6692억 원에 그친 반면 상환액은 30조 5975억 원에 달해 9283억 원의 순상환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발행은 16.9% 줄고 상환은 20.7% 늘었다.
통상 기업들은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부담을 느끼면서 발행을 미루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금리가 높았던 3년 전 발행 물량이 대부분인 만큼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금융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채권시장에 대한 수요 위축도 또 다른 원인이다. 최근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발을 빼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높은 국면에서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조달이 난항을 겪으면 시장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채권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자금 조달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채권이 고정금리에 만기가 긴 반면 은행 대출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변동금리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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