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섬유 기업인 영국의 코츠(Coats)사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유영산업 인수를 타진 중이다. 최근 글로벌 신발 부품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온 코츠가 한국 섬유 산업의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신발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츠는 최근 유영산업 경영권 인수 실사에 돌입했다. 유영산업의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주관사 삼정KPMG를 통해 정식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현재 코츠를 포함한 국내외 재무적투자자(SI)·전략적투자자(SI) 등 인수 후보자들에게 실사 기회를 부여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코츠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175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한 코츠는 영국의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섬유 산업 부흥기를 이끈 상징적인 기업이다. 1890년 런던거래소에 상장한 뒤 1912년 US 스틸·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과 함께 전세계 시가총액 톱 3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현재도 의류와 신발 제조에 필요한 실과 섬유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 기업으로 꼽힌다.
코츠는 최근 수년 간 신발 제조 분야 수직 계열화를 이루기 위해 파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이어왔다. 2022년 신발 직물 관련 기업인 텍손(약 2억 3000만 달러)과 레노플렉스(1억 1000만 달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1위 신발 깔창 제조사 오솔라이트를 7억 7000만 달러(약 1조 원)에 품었다. 이번 유영산업 인수 추진은 기능성 원단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신발 브랜드사에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부산에서 설립된 유영산업은 나이키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에 신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인도네시아에 구축된 생산 기지는 이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코츠의 이번 유영산업 인수 추진은 고도화된 한국 섬유기업의 제조 역량을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영산업이 구축한 동남아 생산 기지와 섬유 공정 노하우가 코츠의 글로벌 인프라에 이식될 경우 전세계 신발 소재 시장 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VIG파트너스는 2017년 3호 펀드를 통해 약 2200억 원에 유영산업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약 200억 원 수준이었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100억 원대까지 떨어지며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14억 원, 영업이익은 65억 원으로 기록됐다.
다만 올해 상각전영업이익이 150억 원 수준으로 반등이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최대 섬유 기업이 인수전에 등판, 경쟁이 치열해지며 예상보다 후한 매각가가 책정될 수도 있다고 업계는 내다 보고 있다.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저성장 기조에 머물던 국내 섬유 산업이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츠가 최근 인수한 신발 관련 기업들의 에비타 대비 기업가치 배수(멀티플)는 10배 이상이었다”며 “유영산업의 실적 회복을 전제로 매각가는 1500억 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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