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089860)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SK렌터카의 최대주주인 어피니티가 업계 1위 롯데렌탈까지 품을 경우, 시장 내 건전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 이후 시장의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점유율 수치상 조건부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결론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죠. 오늘 쓰리포인트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이 왜 시장에 수많은 뒷말을 낳고 있는지 그 내막을 짚어봅니다.
① 점유율 40% 미만인데… 1강 기업 과점 싹 잘랐다
그간 렌터카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롯데·SK렌터카 두 회사의 결합이 완전히 불허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과거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완전히 불허한 사례도 단 9건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번 결론은 더욱 예상하기 힘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의 단기 렌터카 내륙 시장(제주 제외) 합산 점유율은 약 29%, 장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약 38%에 불과한데요. 합계 점유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데다, 국내에 1000개가 넘는 렌터카 업체가 난립해 있어 이 시장은 완전 경쟁 체제라는 분석도 컸습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는데요.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압도적 대기업 1개사 對 다수의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단기 렌터카 시장의 양극화 구조가 심화된다. 특히, 가장 가깝게 경쟁해 온 대기업 상호 간의 경쟁이 소멸됨에 따라 가격(렌터카 이용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결합당사회사가 이번 결합을 발판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확대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되고, 결합당사회사의 시장 지위가 더욱 강화될 우려도 상당하다.”
대기업 간 결합이 영세 사업자들을 몰아내고 과점 이상의 체제를 형성할 위험을 사전에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 결합으로 인한 혁신적 대기업 탄생의 씨앗을 제거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②사모펀드 향한 노골적 불신…업계는 강한 경계감
이번에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공정위가 보도자료에 명시한 이례적인 한 구절에도 쏠렸습니다. 공정위는 아래와 같은 코멘트를 통해 사모펀드 업계에 강한 경고를 날렸는데요.
“사모펀드가 상당 기간 서로 밀접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1・2위 사업자를 단기간에 연달아 인수하여 시장력을 확대한 후, 다시 고가로 매각(buyout)하기 위해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함으로써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문구에는 현 정부가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본질적 속성을 시장 왜곡 가능성으로 간주한 것이죠.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정위가 이 같은 시선을 여지 없이 드러내면서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상당한 경계감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해 좋은 기업으로 재탄생 시키고, 기업 결합을 통해 더 높은 혁신적 경쟁력을 갖춰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③대주주에만 고가 프리미엄 주는 M&A 종말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불허 결론 안에 숨은 함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른바 대주주 고가 프리미엄과 저가 유상증자로 대변되는 기존 M&A 공식의 종말을 알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비싸게 사고,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 있는 저가 유상증자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이 같은 처사에 대해 롯데렌탈의 소수주주였던 VIP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죠.
시장에서는 이번 공정위 결정을 기점으로 비슷한 방식의 M&A 거래가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관측합니다. 실제 10개월 넘게 이어진 심사 기간 중 국회에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죠. 앞으로는 주주 가치를 훼손하며 대주주에만 수익을 챙겨주는 방식의 거래를 하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시장 장악에 대한 경계감이 숨은 배경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어피니티는 싱가포르 기반 펀드지만 중국계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 곳이었는데요.
어피니티가 롯데·SK렌터카를 합쳐 세력을 확장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렌터카 업체에 차량을 대량 공급하는 국내 완성차 생태계에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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