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검토하는 깊이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체감합니다.”
삼일PwC에서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을 담당하는 스티븐 정 파트너와 심 건 파트너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정교해졌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기회 탐색이 아니라 실제 인수와 결합을 염두에 둔 검토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3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두 파트너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분야로 반도체와 뷰티, 기술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을 꼽았다. 정 파트너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포지션을 어느 정도 증명한 영역”이라며 “해외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구조와 경쟁력을 이해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검토하는 기준 역시 과거보다 까다로워졌다는 진단이다. 심 파트너는 “해외 투자자들은 재무 모델보다도 이 거래가 실제로 끝날 수 있는 구조인지, 의사 결정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먼저 본다”면서 “내부 합의 수준이 불분명하거나 지배구조가 정리돼 있지 않으면 협상이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 파트너는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봤다. 그는 “해외 기업들은 가격보다 인수 이후 통합 가능성과 실행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같은 숫자를 놓고도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이 전혀 다른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최근 글로벌 거래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심 파트너는 “환율 환경만 놓고 보면 해외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 여건은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거래를 진행해 보면 과거보다 구조는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했다. 그는 “보호무역 기조와 각국의 규제 강화로 거래 구조를 짜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검토가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크로스보더 딜 경험의 축적 여부에 따라 기업 간 준비 수준의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봤다. 정 파트너는 “인수합병(M&A)을 한 번이라도 해본 기업과 처음 거래에 나서는 기업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며 “경험 있는 기업들은 타깃 선정 단계부터 내부 스터디와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로 움직이지만 첫 거래에 나서는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크로스보더 딜을 뒷받침하는 자문 조직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심 파트너는 삼일의 강점으로 조직 전반에 걸쳐 구축된 협업 구조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내부 협업 체계가 잘 형성돼 있어 고객 커버리지와 시장 정보가 조직적으로 공유되고 산업별 논의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파트너는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는 가격보다도 이해관계와 판단 기준의 차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거래 성패를 좌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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