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를 대체할 안전 투자처로 귀금속 시장이 주목 받으면서 금 값과 은 값이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 은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 고지를 넘어섰으며 금 값도 온스당 5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장중 전날보다 5% 급등한 온스당 100.94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첫 ‘100달러 시대’를 열었다. 은값은 2025년 한 해 동안 150% 이상 폭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0% 넘게 오르는 고공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금 가격의 기세도 매섭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4979.7달러로 마감했다. 현물 가격은 장중 4988.17달러까지 치솟으며 50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금은 2024년 27%, 2025년 65%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새해에도 무서운 랠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축통화인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대체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를 늘린 게 금 가격을 지속해서 밀어올리고 있다. 금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은의 경우 산업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만성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되면서 상승 압력을 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귀금속 열풍의 배경에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실물 자산으로 대피하는 전략을 뜻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더불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 압박하거나 형사기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흔든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 과도한 통화 완화와 인플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달러 대신 금과 은을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기름을 부었다.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에 가했던 관세 위협은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실제로 덴마크 연기금이 미국채 전량 매각 계획을 밝히는 등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금은 이자나 배당 등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금리)가 하락할 경우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명목금리가 하락하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경우 금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2024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이어가며 5.25∼5.50%였던 금리를 현 3.50∼3.75%로 1.75%포인트 낮췄다.기금은 최근 약 1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 보유분을 이달 말까지 전량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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