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의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사장 등 형제 측 손을 들어준 액트 내 소액주주 연대 대표는 지난달 돌연 송영숙 회장 모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액트에는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지분 2.2%가 모여 있었다. 시장은 이들 소액주주 전체가 3자 연합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2거래일간 주가가 30% 남짓 빠졌다. 시장에서는 3자 연합의 당시 지분율이 48.13%에 달했는데 소액주주 지분이 더해지자 이들이 의결권 과반 이상을 획득한 것으로 오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소액주주 플랫폼을 등에 업은 의결권 위탁 업체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사례라고 목소리를 낸다. 소액주주 연대가 이들 지분에 대한 의결권 대리를 모두 위탁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 대표만 앞세우는 방식으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허권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상장 증권의 가격에 대해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면서 “액트 주주연대의 3자 연합 공개 지지 선언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액트가 3자 연합과 사전에 만나 의결권 대리 행사 계약을 체결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 아닌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총 당시 형제 측에서 일한 것은 소액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3자 연합과 위탁계약을 맺고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액트는 소액주주 플랫폼을 활용해 의결권 위탁계약으로 사업을 영위 중인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들에게 기능 사용료를 안내하고 그에 따른 적정한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개인투자자 수가 2022년 이후 1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증시 밸류업 추진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까지 늘어나는 가운데 이에 못지 않게 소액주주들의 결집력도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소액주주 플랫폼들의 활약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일부 플랫폼들이 겉으로는 소액주주를 앞세우지만 사실은 영리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움직이려 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컨두잇의 경우 고려아연·영풍 간 정기주총 표대결에서 고려아연 측 의결권 유료 위탁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가치 제고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전면에 표방한다지만 돈을 받은 기업에는 비판 메시지를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컨두잇은 고려아연의 저가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침묵했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피해가 크다며 시장에서 날 선 비판이 비등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라도 고객사를 향해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 소액주주 플랫폼들이 이를 활용해 수익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이들이 단순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소액주주 연대를 구성하는 등 단체를 조직하면 그 자체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양금속·DI동일·DB하이텍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소액주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의 분쟁에 소액주주 플랫폼들이 적극 관여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컨두잇 외에 최근 2~3년 사이 비사이드·헤이홀더 등 소액주주 온라인 플랫폼을 앞세우며 의결권 위탁계약을 맺는 업체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올 정기 주총 시즌 이들 온라인 플랫폼에 의결권 대리 권유 업무를 맡긴 기업들은 삼성전자·POSCO홀딩스·네이버·카카오·고려아연·두산에너빌리티·KT&G 등 점점 늘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 플랫폼들은 기존 네이버나 카카오 등 종목 토론방,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는 곳과 달리 기업과 의결권 위탁계약을 유료로 맺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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