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가가 14일 4년 5개월 만에 종가 기준 4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닷새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삼성전자는 한때 5만 1800원(2.37%)까지 올랐지만 장 막판 매물이 쏟아지면서 4만 9900원에 마감했다. 중국 업체가 급성장하고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계속 밀리는 등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투매가 좀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외국인은 10월 3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3조 1754억 원어치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8%(700원) 내린 4만 9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4만 원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5만 600원으로 장을 마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8월 고점 대비로는 석 달 만에 40%나 추락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297조 8921억 원으로 4년 5개월 만에 300조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삼성전자의 충격적인 4만 원대 진입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07% 오른 2418.86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405.1원(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해 원화 대비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수급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게 문제다. 이날도 외국인은 4772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미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중국 기업에 공급하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기로 해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TSMC와 협력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 중인 SK하이닉스(000660)도 이날 5.41% 하락한 17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4거래일 연속 하락해 18만 원 선을 내줬다.
대내 요인으로는 HBM 기술 격차, 중국 업체로부터 추격당하고 있는 범용 D램 제품에 대한 우려 등이 주가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내년께는 돼야 삼성전자의 위기가 누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지연으로 인해 삼성전자 HBM3E12단의 공급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설로 인한 삼성전자의 LPDDR4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보다 가파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9만 원에서 7만 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에나 엔비디아 블랙웰에 HBM3E12단 제품을 공급하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D램 사업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날 삼성그룹(17개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500조 원을 밑돈 487조 2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지난 7월 720조 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넉 달 만에 240조 원가량이 증발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삼성E&A(028050), 호텔신라(008770) 등 종목은 전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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