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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뉴욕 증시에서 제조업 ‘리쇼어링’ 관련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프라 및 제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트럼프 대통령 이후 약 닷새 만에 10% 급등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9월 금리 ‘빅컷’ 인하에 이어 11월에도 인하를 단행하면서 항공우주 관련 종목과 바이오 등 성장주들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XUS 인프라스트럭쳐 디벨롭먼트(PAVE)’ ETF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가시화됐던 지난 4일(현지시간) 종가부터 11일까지 10.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ETF는 미국의 인프라 원자재, 중장비, 건설업 등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데이터센터 공조 시스템 기업인 트레인 테크놀로지, 건설·중장비 대여업체 유나이티드 렌탈스, 송배전망 기업 이튼 코퍼레이션 등을 고루 담았다. 이들 종목들은 그간 인공지능(AI) 열풍에서 소외돼 횡보를 거듭하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부상과 함께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상장된 또 다른 제조업 인프라 투자 펀드로는 ‘퍼스트 트러스트 RBA 미국 산업 르네상스(AIRR)’ ETF가 있다. 이 ETF 역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같은 기간 무려 13.39% 올랐다. 산업용 기계장비 기업 뮬러 인더스트리스, 공조 및 냉난방 제조업체 에이에이온, 도로·인프라 건설업체 그래닛 컨스트럭션 등 미국 산업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쇼어링 정책에 대한 수혜로 국내 증시에서는 전진건설로봇·제일일렉트릭·산일전기 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준이 1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항공우주·바이오 등 중소형 성장주도 크게 오르는 분위기다. 중국을 견제하고 제조업 부흥을 노리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추는 게 유리하다. 해당 기간 ‘US 에어로스페이스&디팬스(ITA)’ ETF는 8.67% 상승했다. 미국에 상장한 우주항공 ETF 중 규모가 가장 큰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 사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주 기업들의 NASA 수주 계약이 늘고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돼, 항공기 제조 기업들뿐만 아니라 레이더 등 방위산업에 함께 투자하는 상품이 더 유리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매그니피센트 7(M7)’ 등 대형주들의 주가가 올 들어 크게 오른 만큼 당분간 중소형주을 중심으로 모멘텀(상승 동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에서 기대되는 내수 진작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중소형주들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지난 4일부터 무려 9.73% 급등했다.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5.08%)를 상회하는 수익률이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시대에서는 AI의 수익성이 빠르게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고금리 부담이 빅테크 기업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존재한다”면서 “AI 빅테크만 고수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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