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PEF)가 40조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토대로 기업 밸류업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투자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창출했던 모습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으로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업의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오너 일가 지분이 대거 희석돼 PEF의 공격이 수시로 빚어질 수 있는 점, 단기 수익률에 치중하는 PEF 득세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기관이 출자한 PEF 약정액은 150조 원에 달하고, 아직 자금을 집행하지 않아 투자 여력을 뜻하는 드라이파우더는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에서 돈이 넘치니 산업 재편 중심 축 역할에서 지배구조 개선, 밸류업의 린치핀 역할까지 PEF의 쓰임새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SK(034730)그룹의 경우 SK렌터카(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SK스페셜티(한앤컴퍼니) 등의 자산을 PEF가 인수하며 자금난을 넘겼다. 그런가 하면 현대차그룹은 IMM인베스트먼트가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육성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손잡고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은 고려아연 인수 목적에 대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가 주 이유”라고 밝혔다. 핀치에 몰린 최 회장은 백기사로 글로벌 PEF 베인캐피털을 끌어들였다. PEF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소수주주의 반발을 사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EF가 저평가된 상장기업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고 기업들이 스스로 PEF와 손잡기도 한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발생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개선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