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 루미르가 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처음으로 희망 가격 범위(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미르는 공모가를 밴드(1만 6500~2만 500원) 하단보다 27.2% 낮은 1만 20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수도 300만 주에서 240만 주로 감소해 확정 공모액은 288억 원, 기준 시가총액은 2059억 원이다. 최초 목표로 제시했던 밴드 상단 기준 공모액 615억 원, 시가총액 3637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연구소 신축, 인공위성 개발 등을 위한 자금 조달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루미르는 오는 10~11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수요예측에는 423곳의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건수와 경쟁률 모두 올 최저치다. 신청 수량 기준 공모가인 1만 2000원보다 더 낮은 금액에 주문이 들어온 비율은 23.8%에 달했다. 일정 기간 동안 배정 물량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1.3%(15일, 3만 2000주)에 불과했다.
루미르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우려를 극복하지 못한 게 이유로 꼽힌다. 앞서 기업가치 산정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외형이 과도하게 차이가 나는 기업을 비교기업군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루미르보다 먼저 상장한 우주산업 관련 코스닥 기업의 주가 부진도 부담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IPO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소형 공모주들이 대부분 밴드 상단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이런 시장 분위기가 전방위 확산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테마에 편승한 단순 기대감으로 흥행을 노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