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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면서 기업 간 조인트벤처(JV) 설립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민준선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해지면서 M&A의 목적과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과거 정부 주도의 빅딜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산업 재편에 따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후계자 부재와 같은 경영자 위기에 따른 M&A 등 여러가지 동기로 시작되면서 이를 돕는 자문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 대표는 "일부 그룹사들이 일부 자회사나 사업부를 떼어내 매각하는 카브아웃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경쟁력이 저하된 사업 중심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잠재 매수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에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쟁사간 JV 설립이나 사업부 교환 거래 등이 하반기 집중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문을 맡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T필름 사업부와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보유한 SK마이크로웍스의 JV 설립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민 대표는 "인도나 중국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마이크로웍스의 JV 설립은 경쟁사간 힘을 합쳐 사업 구조를 효율화 해 실적 개선을 꾀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과 사모펀드(PEF)가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민 대표는 "국내 석유화학 및 유통, 플랫폼 산업들이 전세계 공급망 변화, 기술 진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JV 설립도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며 "JV 설립과 동시에 외부 투자 유치나 보유 자산 효율화 방안을 찾는 등 사업 모델을 전환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V는 단순한 주식 거래와 달리 두 회사가 함께 비즈니스 플랜을 짜야하는 만큼 훨씬 더 복잡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민 대표는 "JV 설립 후 고객사 및 생산량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다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PMI가 거래 안에 들어가는 것이 M&A와 가장 다른 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삼일PwC와 같은 자문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석유화학·플랫폼·유통 등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특정 산업 구조효율화 M&A의 관건은 '타이밍'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M&A는 사실 1+1이 2가 아닌 1.5만 돼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1.5로 시작해서 3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망설이다 적정 타이밍을 놓쳐 결과적으로 1 이하로 떨어지거나 아예 0이 되버릴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그동안 시장을 위축시켰던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4분기 들어 M&A 시장 환경도 개선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민 대표는 "M&A 시장 부진이 3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미국 대선 등 각국의 정치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서 주요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4분기부터는 성사되는 거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완전히 회복 추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향후 M&A 거래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으로는 헬스케어를 꼽았다. 민 대표는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헬스케어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민감한 개성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뷰티·패션 등 소비재 분야와 우리의 미래 일상을 바꿀 인공지능(AI)·클라우드·반도체 등 기술산업 분야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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