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영풍정밀(036560)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돌입한다. 회사 지분율을 과반으로 늘려 현재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의 경영권 확보 계획을 저지하겠다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2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열어 80만 원대에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막겠다는 의지인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놓고 배임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2일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383만 7500주(25%)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시작한다. 주당 3만 원으로 총 1181억 원이 투입된다. 하나증권이 주관사로 나선다. 최 회장 측이 꺼낸 공개매수가 3만 원은 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인 2만 5000원보다 20% 높다. 영풍정밀의 지난달 30일 종가는 2만 5300원이다.
현재 최 씨 일가는 최창규 회장과 최윤범 회장 등을 포함해 영풍정밀 지분 35.4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 씨 일가의 지분율 21.75% 대비 14%포인트 가량 높다.
최 씨 일가의 이번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펼쳐진 최초의 대항공개매수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이 공개매수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끝난 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펼쳐졌다.
IB 업계에서는 영풍·MBK가 다시 한번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영풍·MBK는 영풍정밀의 잔여 지분 전체(약 49.14%)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관·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물량 전체를 인수해줄 MBK 측에 청약을 넣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최 씨 일가의 대항공개매수 사실이 전해지면 가격을 더 올리는게 나을지 곧바로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씨 일가와 영풍·MBK가 영풍정밀을 놓고 경영권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 회사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가 경영권을 가져오면 3.7%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당 75만 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2일 이사회를 마친 뒤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이 제기한 ‘공개매수 기간 중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법원에서 나오기 전에 공개매수가 끝난 뒤 자사주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인 75만 원보다 비싸게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자사주 취득은 4일 공개매수가 종료된 뒤에 실행하더라도 MBK 공개매수에 응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