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초대형 부동산인 국제금융센터(IFC)가 연내 새 주인 찾기에 돌입한다. 현 소유주인 캐나다 대체 투자 운용사 브룩필드가 2021년 매각을 추진했다 접은 지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IFC가 서울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대형 매물로 꼽히는 상징성 높은 자산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부동산 펀드들의 인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자산운용코리아는 최근 국내외 IB들에 IFC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달 중 주관사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브룩필드는 IFC 내 5개 자산 중 하나인 콘래드 서울을 ARA코리아에 분리 매각하기로 지난 상반기 계약했다. 매각가는 4000억 원대로 책정됐다. 거래는 이르면 이달 내에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이 추진되는 자산은 남아 있는 IFC 오피스 타워 3개 동과 IFC몰 등 4개다. 연면적 기준 41만 5030㎡(12만 5767평)이며 콘래드까지 합하면 50만 6318㎡(15만 3430평)에 달해 서울 시내 최대 상업용 부동산으로 꼽힌다. 브룩필드는 원매자 측과의 협상에 따라 4개 자산 통매각은 물론 개별 분리 매각까지 모든 옵션을 열어두기로 했다.
브룩필드는 2016년 2조 5500억 원을 투입해 IFC 오피스 5개 자산을 사들였다. 이전 소유주는 서울시로부터 99년간 토지를 임대해 이 자산을 직접 개발한 미국 AIG였다. 브룩필드는 인수 6년 차인 2021년 통매각에 착수하고 4조 1000억 원을 제시한 미래에셋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당시 협상은 결렬됐다. 국토교통부가 미래에셋의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인가를 불허하며 인수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브룩필드와 미래에셋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서 이행 보증금 2000억 원을 놓고 여전히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올 6월 마지막 심리가 끝나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브룩필드는 이 다툼과는 별개로 매각을 재추진하고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룩필드의 최고경영자(CEO) 브루스 플랫은 올 3월 서울을 찾아 IFC 매각 상황을 챙기는 등 이번 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브룩필드가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3년 사이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브룩필드는 IFC 담보 대출 리파이낸싱을 실시했는데 당시 대주단은 오피스 3개 동과 IFC몰 등 4개 자산의 가치만 4조 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공실률이 약 2%에 불과한 상태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3년 전과 비교해 전체 자산가치는 20% 안팎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오피스 3개 동과 IFC몰 등 남은 4개 자산의 시가가 4조 원대 중후반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이 수준으로 매각이 성사되면 콘래드 서울을 포함한 총가치는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한 상태이고 이런 분위기가 아시아 시장으로도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수 후보자로 3년 전에도 인수를 추진했던 코람코자산신탁 등이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코람코는 최근 서울 핵심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나섰다. 해외의 대형 부동산 펀드들도 벌써부터 적정 가치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리 매각과 통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 실제 매각 직전까지 치열한 가격 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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