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 30%에 대해 증권사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러브콜이 뜨겁다. 딜 가뭄 탓에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뿐 아니라 해외 펀드까지 대기업과의 거래에 경쟁이 붙었다.
19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국내 증권사 및 복수의 해외 투자자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이 보유한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지분 30%)를 넘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가격은 1조 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앞서 신세계와 어피너티·BRV는 연말까지 30% 지분을 제3자에게 매도해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합의하며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갈등을 풀었다. 만약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FI 지분 30%를 되사도록 했다.
이달 초 발표 직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은 해외 크레딧펀드와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도 신세계의 문을 두드렸다. 조 단위 딜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수합병(M&A) 시장이 냉랭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빗발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신세계측은 풋옵션으로 한 차례 곤혹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거래에서 풋옵션을 넣지는 않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11위 신세계그룹과의 거래이고 정용진 회장이 FI들에게 신의를 보여줬기 때문에 백기사 역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안은 ‘대출’과 유사한 구조인 '총수익스와프'(TRS)로 전해졌다. TRS는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 등을 대신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즉, 신세계가 증권사 측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대신, 일종의 이자(수수료)를 지급하며 인수로 인한 리스크를 지는 형태다. 자금력이 풍부한 메리츠증권의 경우 독자적으로 나서되 연 수수료가 8~9%로 다소 높다. 1조 원 이상의 금액인 만큼 NH투자증권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과 연합군을 꾸렸고 연 수수료는 6~7%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국내외 투자자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과 거래를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성공적으로 FI를 교체하게 된다.
다만 변수는 투자자들의 향후 3~5년 뒤 엑시트 플랜을 어떻게 짜느냐이다. 지금은 5년 전 FI들이 SSG닷컴에 1조 원을 투자할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인 3조3000억 원 수준으로 협의하고 있으나 2019년 이후 매년 1000억 원의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고, e커머스 경쟁 격화로 향후 기업공개(IPO)나 성장성이 불확실하다.
11번가 역시 5년 전 2조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FI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았으나 현재는 매각가 5000억 원에도 원매자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PEF사들은 내부 검토 후 소수 지분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3년 후에 과연 드라마틱하게 턴오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지 과감하게 투자하기엔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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