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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며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방어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냉온탕을 오가는 전망 속 투자자들이 경기 상황에 덜 민감한 업종들로 갈아타며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아울러 그간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와 반도체 관련 주가의 상승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수급도 집중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22일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전까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4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간 미국S&P500 유틸리티 부문은 9.78% 상승했다. 미국S&P500 유틸리티 부문은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실적을 올리는 전기·가스·수도시설·전력 업체 같은 생활 기반 산업으로 구성돼있다. 같은 기간 마찬가지로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미국S&P500 필수소비재 부문도 3.09% 상승했다.
오락가락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수익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현재 고금리 상황을 예상보다 오래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정반대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미국 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 주보다 2만 2000건 늘어난 23만 1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과열된 노동 시장이 진정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AI와 반도체에 쏠렸던 수급도 분산되며 경기 방어주에 쏠리고 있다.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가자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 종목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다. AI와 반도체 주식이 단기적으로 과대평가됐다는 주장도 힘을 얻으며 수급 분산에 기여했다. 이날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미국 30개 대형 반도체 회사 주식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간 0.37% 상승에 그쳤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22일에 있을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메타, 아마존 등 빅 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확대를 발표하고 일부 기업에서 AI 수익화 초기 징후가 나타나는 등 실적 발표 후 다시 AI 업종으로 투자가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AI 시장 확대로 늘어날 전력 수요에 따른 혜택을 유틸리티 업종이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 시장이 커지며 올 들어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이익 성장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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