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 국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0%대의 높은 이자율에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자본 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컸던 과거에 비해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투자 매력을 부각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KB 등 5대 증권사에서 중개한 브라질 국채 판매액(매수액)은 86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626억 원)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한 해 전체 판매액이 1조 4882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1분기에만 지난해 매수액의 절반 이상을 사들인 셈이다.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3억 5000만 원 규모의 브라질 국채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하기도 했다.
브라질 등 여러 신흥국 국채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돼 금융회사 직원의 투자 권유가 안 된다. 금융사는 고객이 사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히면 단순 중개만 할 수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선택을 받았던 미국 국채와는 성격이 다른 투자 상품이다.
하지만 올 들어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KB증권의 1분기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20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국채 판매액은 2218억 원으로 34% 느는 데 그쳤다.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연 10%대 이자율에 더해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추가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2021년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안정에 성공한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에 따라 1년 전 13.75%였던 기준금리는 올해 3월 10.75%까지 낮아졌다. 통상 채권금리(이자율)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해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돼 고액 자산가에게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여타 간접 투자상품보다 개별 채권 투자가 유리하다. 최홍석 미래에셋증권 대치WM 선임 매니저는 “국내외 주식시장이 많이 상승한 터라 고액 자산가들 사이 높은 이자율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브라질 국채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며 “연금제도 개혁으로 정치 불안이 많이 안정화됐고 원자재 가격 역시 견조해 헤알화에 대한 전망도 과거에 비해 낙관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헤알화 환율의 변동성이 큰 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브라질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채권 투자자금 유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 종 하나인 철강석 가격 하락 등 헤알화 환율 약세 요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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