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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감사인 지정제를 받는 주요 대기업 17곳 가운데 16개가 삼일PwC와 EY한영 몫으로 돌아갔다. HD현대의 감사인은 EY한영이 맡게 됐다.
17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새로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되는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 17곳에 대한 본 통지를 지난 13일 마쳤다.
감사인 지정 제도는 독립적인 외부 감사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 간 증선위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당국은 지난 달 16일 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과 회계법인에 사전(예비) 통지를 보낸 바 있다.
이번 본 통지의 최대 관심사는 HD현대였다. 삼일 PwC가 사전 통지에서 HD현대를 받았지만 기존에 해오던 컨설팅 업무로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전 통지 때 대기업을 한 곳도 받지 못한 딜로이트안진이 감사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삼정KPMG는 기존 감사인으로 감사인 지정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본 통지 결과 EY한영이 HD현대를 맡게 됐다. 딜로이트안진의 한 관계자는 “HD현대의 컨설팅 등 비감사 업무를 수임하기 위해 감사인 지정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본 통지 결과는 사전 통지와 비슷했다. 삼일PwC와 EY한영이 감사인 지정 대상 대기업 대부분을 휩쓴 것으로 확인됐다. 삼일PwC는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삼성SDI, 기업은행 등 9곳, EY한영은 HD현대와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 등 7곳을 본 통지 받았다. 삼정KPMG는 HD현대인프라코어 1곳만, 딜로이트안진은 없었다. 사전 통지와 비교하면 삼일PwC는 10곳에서 9곳으로 1개 사가 감소했고, EY한영은 6곳에서 7곳으로 1개 증가했다.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은 변화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사인 지정제 본 통지의 수혜자로 EY한영을 꼽았다. 감사인 지정제 대어로 분류됐던 LG전자와 포스코홀딩스, HD현대를 모두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EY한영은 올해 컨설팅 실적이 대폭 뛰며 업계 2위인 삼정KPMG를 위협하더니 감사인 지정제 물량도 휩쓸었다”고 평가했다.
감사인 지정제 본 통지가 끝나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은 자유 수임 경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 1월까지 3년의 감사인 지정제를 마치고 내년부터 자유 수임 대상이 되는 주요 대기업의 감사인 계약 물량을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 수임 대상이 된 주요 대기업으로는 SK케미칼과 SK렌터카, 미래에셋생명보험, 웅진, NH투자증권 등이 거론된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지정해주는 감사인 지정제와 달리 자유 수임은 각 회계법인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전장”이라며 “초반 분위기만 보면 딜로이트안진이 선방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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