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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새롭고 놀라운 기술입니다. 더 나은 금융체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 기술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아직 산업이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진행된 월드코인 밋업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의 부침이 있긴 하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아직 기술의 잠재력과 의도가 제대로 구현된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드코인은 알트먼 CEO가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월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홍채 데이터를 ‘오브(Orb)’라는 기기에 등록하면 월드ID가 발급된다. 사람마다 고유하게 보유하고 있는 홍채 데이터를 통해 ‘사람’이라는 점을 인증하는 PoP(Proof of Personhood) 시스템이다. 월드ID를 만들면 주기적으로 앱을 통해 월드코인(WLD)이 지급된다. WLD를 제공해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월드 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세계 183만 3296명이 홍채를 등록했다. 월드코인의 개발사 툴스포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는 지난 달 시리즈C 라운드에서 1억 1500만 달러(약 19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VC인 해시드도 이 프로젝트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WLD가 기본소득으로 기능하려면 화폐로써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해 수많은 알트코인이 존재하지만 아직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이러한 지위를 인정받은 가상자산은 찾기 어렵다. 화폐로써 WLD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는 질문에 월드코인 공동 설립자 알렉스 블래니아는 “이 부분은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래로) 약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 중인 문제”라며 “(WLD가 발행된 지) 6개월 만에 해답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향후 많은 사람이 WLD를 보유하게 되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것이고, 이후 가치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홍채 데이터라는 민감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지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대해 블래니아 공동 설립자는 “오브와 월드코인 프로토콜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데이터를 타인에게 팔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홍채 데이터를 도난당했다 하더라도 모든 정보가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으로 저장되기에 홍채 정보와 생체 정보를 연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지식증명은 특정 진술이 참이라는 내용을 증명하려고 할 때, 진술의 참·거짓 여부를 제외한 다른 내용은 상대에게 노출하지 않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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