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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전격적으로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기조로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의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도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무리하게 올렸다가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2일 SVB 폐쇄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이른바 ‘리먼 모먼트(Lehman Moment)’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 시간) SVB 영업을 중단시키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자산 규모로는 2008년 당시 워싱턴뮤추얼(3070억 달러)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2120억 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금보호 범위(25만 달러)를 벗어나는 예금이 전체의 86%인 1515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른다.
후폭풍은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있다. 180여 곳의 영국정보기술(IT)기업연합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에게 예금 보전 등 적극 개입을 촉구했으며 재무부는 예금 규모 등 현황 조사에 나섰다. 캐나다와 중국·인도 등 SVB가 진출한 9개국에서도 대응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중소형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도 현실화될 수 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 등 대형 은행이 SVB를 인수하지 않거나 예금 전체를 정부에서 보증하지 않으면 주요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25만 달러 이상의 예금을 인출하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호화폐·부동산 등 특수 분야에 고객이 몰린 은행들의 추가 붕괴 가능성도 거론된다.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해 웨스턴얼라이언스·팩웨스트 등이 유동성 부족 우려가 있는 곳으로 지목됐다. 이에 연준과 FDIC 등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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