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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기업도 전력 사업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전력 사업 입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국내 전선 업체들이 일감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저가 입찰이 일반화되면서 국내 전선 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선 업계는 공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력 사업을 키우기는커녕 자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전선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달 중 완도~제주 구간 제주 전력 3연계 사업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국제 입찰로 진행할 예정이며 중국 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내 공공조달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번 입찰에 중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해석까지 받아둔 상태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발주처가 꼭 필요로 한다면 GPA 미가입국이라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한국전력에 전달했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도 “해당 사업은 현재 입찰공고 전으로 세부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기재부에 관련 내용에 대해 해석을 요청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판단에 따라 중국 업체가 국내 전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만약 이번 입찰에서 중국 업체가 선정되면 중국 업체가 국내 전력 사업에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된다.
전선 업계는 한국전력의 이 같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선 중국 업체가 국내 전력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LS전선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GPA에 가입돼 있지 않아 중국에 전력 케이블을 아예 수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전력 사업에 참여하면서 저가 수주가 만연해지고 국내 전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기업이 국내 전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경쟁상대인 중국 업체들을 돕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 전선 업체들은 글로벌 전선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해 주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과 같이 품질보다는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업체를 선정하는 개발도상국에서만 수주하고 있으며 아직 선진국에 제품을 공급한 사례는 없다. 중국 업체들로서는 선진국에서 전력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 국부 창출과 고용 창출을 이끌어야 할 공기업이 오히려 해외 업체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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