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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창의적 연구에 10~20년 투자…1등할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 기초과학 부흥을 위한 석학들의 제언
30개 선도분야 나오도록 정부서 포트폴리오 조정
한국을 '동아시아 과학교류 허브'로 조성 필요
해외 인재 유치·산학협력 생태계 구축 나서야

  • 박홍용 기자
  • 2019-05-17 17:20:10

기초과학, 서울포럼 2019, 연구센터, 논문, 산학협력, 석학, 강연

[서울포럼] '창의적 연구에 10~20년 투자…1등할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지난 14~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최된 ‘서울포럼 2019’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인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제시돼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국내 기초과학에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누수를 줄이고 세계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선택과 집중에 힘써야 한다는 대목이 청중의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제도로는 기초과학을 통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꿈꾸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법과 제도·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으로는 이노베이션(혁신)을 말하지만 사고방식은 안정성 우선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기초과학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과거보다 (기초과학에) 많이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많이 투입했으니 짧은 시간에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갑자기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R&D 비용이 20조원에 달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글로벌 1위가 될 만한 분야를 선별하는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이제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20~30개 소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짜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 총장은 이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연구자에게 10년 정도 투자해 세계 1위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글로벌 기초과학의 연구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는 “과학적,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은 센터를 개소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제주도나 평창, 북한의 원산과 마식령 등에 국제학술교류센터를 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과학의 역사가 긴 일본과 수많은 연구인력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동아시아권의 과학 교류 ‘허브’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잠재적 인재 블랙홀인 중국과 여전히 우리보다 앞선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과학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중일 3국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제주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지로 각인된 평창 등에 국제학술교류센터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학계와 대학·연구기관 간 협력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국내 대학의 R&D 비용 규모는 높은 편이지만 특허활용 비율은 30%대로 낮다”며 “산학 협력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계가 대학,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에 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김 총장은 강조했다. 또 “기업이 평가자나 구매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이익을 달성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 저자이자 ‘창의성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연구 프로젝트의 98%가 성공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이며 실패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보상이 이뤄지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과학자의 임금을 높이는 등 과학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과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서 교수는 “중국은 몇 년 전부터 해외에 나간 1,000명의 중국인 인재를 국내로 돌아오게 하자는 ‘천인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도 실리콘밸리에서 훈련된 자국 인재를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로 유도하고 있다”며 “지난 1970년대 재미 과학자를 국내로 영입했을 때는 조국에 대한 사랑 등으로 유도했지만 그런 것에 호소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인력관리 면에서 한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홍용·양사록·박형윤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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