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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늘리려다...대주주 지분 파킹 악용될라

비상장 벤처투자 위해 투자자 요건 완화했지만
검은머리 외국인의 상장사 투자로 활용
대주주의 과세 회피 수단 우려
당국 '개별 사례 조사할 것'

  • 임세원 기자
  • 2019-05-16 10:49:32

TRS

[시그널] 벤처투자 늘리려다...대주주 지분 파킹 악용될라

정부가 비상장 벤처투자를 늘리기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낮췄지만, 대주주가 지분 거래 은폐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가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이들을 상대로 국내 상장사를 해외에서 외국인이 사는 것처럼 꾸미는 장외파생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거래 공시의무와 양도소득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조세당국도 문제를 인지하고 조사할 예정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는 하반기부터 업계 용어로 ‘개인스왑’이라고 부르는 장외파생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교보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가 가장 많이 해왔고,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도 각각 외국계 증권사와 손잡고 비슷한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개인스왑은 미국에서는 총수익교환약정(TRS·Total Return Swap), 유럽에서는 차액결제파생상품(CFD·Contract for Difference)로 불린다. 둘 다 주식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투자 상품이다. 나머지는 증권사가 신용대출로 마련해 준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되어 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상품은 실제 투자금의 최대 10배까지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국적 소지자가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하면서 마치 외국인이 해외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를 거쳐 국내 상장주식을 매매하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매매하고 중간에 전체 과정을 당국이 모니터링 할 수 없게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종의 브로커가 있다”면서 “10분의 1의 투자금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서 그 사실을 숨길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돕는 국내외 증권사는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 수수료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거래에 따른 위험을 모두 국내 증권사에 넘기면서 수수료를 갖는다.

현행법상 장외파생상품은 개인전문투자자가 다른 거래의 위험을 방어(헤지)하는 수단으로만 허용되어 있다. 개인스왑은 위험 방어를 넘어 투자 차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불법에 해당한다.

다만 그동안은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이 까다로워 대상자가 2,6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가 비상장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중 금융투자잔액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내리고, 소득도 개인 1억원 이상에서 부부합산 1억 5,000만원으로, 재산도 10억원에서 5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개인전문투자자는 약 39만명으로 늘어난다. 국내외 증권사도 이 같은 점을 노리고 앞다퉈 상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개인스왑은 금융투자업계 건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 해외로 주식거래를 중개하고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개인스왑 같은 서비스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라고 해서 자본금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가능하다. 이 때도 투자금의 최대 4배까지만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대형 금융기관에도 허용하지 않은 위험한 파생상품을 개인에 풀어준 셈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TRS거래를 들 수 있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TRS계약을 맺어 실트론 지분 인수에 활용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개인전문투자자도 아닌 일반 투자자였고, 두 증권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거래 사실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한투 증권을 제재하고 삼성증권도 제재를 검토 중이다. 이들 외에도 16개 증권사가 개인스왑 거래를 하면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지분 거래를 숨기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럽 금융당국도 지난해 12월부터 개인을 상대로 한 CFD를 규제하고 있다.

과세당국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천지방국세청은 금감원이 실시한 제재 결과를 토대로 대주주 거래 시 과세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투자금은 10분의 1수준이지만 거래량은 10배가 되므로 이를 과세기준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과세당국의 판단이다. 세법상 일반 투자자는 주식거래에 따른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15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수익의 2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며, 문제가 나타날 경우 적극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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