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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도장찍을 때까지 무한경쟁…승자없는 M&A 게임

롯데금융사·린데코리아 우협 선정 없이 진행 중
높은 가격에 매각 성공한 웅진식품도 끝까지 경쟁
경쟁심화로 과도한 가격이나 매각 무산되기도

  • 임세원 기자
  • 2019-02-11 08:15:14

매각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끝까지 승자를 정하지 않는 경쟁입찰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단독으로 매각자측과 세부 협의를 진행하며 조건을 조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끝까지 모든 후보에게 가능성을 열어두며 흥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묘수라는 호평과 지나친 가격상승을 유발해 오히려 입찰의 신뢰성을 깎아 내린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드·손해보험·캐피탈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롯데그룹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꺼번에 계열사 세 곳을 팔면서 끝까지 경쟁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매각 막바지에 접어든 린데코리아 역시 최종 후보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멕쿼리오퍼튜니티운용(PE)가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계약서를 작성해 독일 린데 본사에서 줄다리기 중이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 누구도 우위를 점칠 수 없는 승부가 벌어지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여하는 입찰이 아닌 경우 우협을 선정하지 않는 추세”라면서 “우협을 선정하는 즉시 매각의 주도권이 인수자측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매각 주관사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주로 외국계 증권사가 매각 주관을 할 때 두드러지고 있다.

우협 선정 없는 경쟁입찰은 상대적으로 흥행이 되지 않는 매각 전에 자주 벌어진다. 지난해 웅진식품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업계에서는 웅진식품의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식음료 업계 전체가 침체상태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유력 인수 후보들이 줄줄이 입찰 포기를 밝히면서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매각자측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기대했던 가격을 넘긴 2,600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웅진식품 인수전은 현대그룹과 함께 대만의 식품 대기업인 퉁이와 왕왕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우협 없는 입찰이 길어지면서 현대그룹은 사실상 탈락했고 남은 두 기업 간 경쟁이 끝까지 이어졌다. 대만과 중국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두 기업의 특성을 매각 자문사가 최대한 이용한 셈이다. 그 결과 2,000억원 초반에 팔릴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퉁이 그룹이 최종 승자가 됐다.

반면 지나치게 경쟁을 유도하다 오히려 매각 자체가 어그러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미니스톱은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매각측인 일본 이온그룹은 롯데그룹과 신세계,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어느 곳에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지만 세 후보 중 누구도 응하지 않았고 이온그룹이 스스로 매각을 철회했다.

가격을 올리려다 오히려 더 깎이기도 한다. 2014년 위니아만도 매각 당시 입찰 후보는 중견기업인 대유그룹과 대기업인 현대백화점(069960). 매각 초반에는 현대백화점이 배타적 협상권을 갖는 등 우위에 섰지만 매각 주관사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 우협을 선정하지 않았다. 처음에 인수가로 1,400억원을 제시한 현대백화점은 실사 후 1,100억원으로 깎았고 1,800억원을 기대했던 매각 주관사는 다급하게 대유그룹에 연락했다. 애당초 1,300억원까지 고려했던 대유그룹은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부추긴 매각 주관사를 상대로 ‘1,000억원 넘게는 못 준다’고 엄포를 놓았고 결국 990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는 매각자를 대신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받으려는 욕심을 낸다”며 “입찰 참여자의 신뢰를 깨거나 진정한 인수 의지가 있는 후보를 가려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매각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박시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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